20200710(금) 오늘의 클럽에반스 공연 : Charliejung/Paulkirby/Daehokim/Jongkukkim
 
데미안
살롱 드 오수경
2019.08.05
사운드노바
데미안
살롱 드 오수경
01. 아침
02. 영 피아노
03. 정글북 (Feat. Recto Luz)
04. 울면서 달리기
05. 유목적 표류
06. 미칠절 고의
07. 목이 긴 여자
08. 바다와 나비
09. 레미제라블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소설 데미안 中-

2집 [파리의 숨결] 발매 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랫동안 파리에 머무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니 자연스레 나 자신을 탐구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덕분에 긴 시간 고민해왔던 “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왜 나는 이따위로 생겨먹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 외로 답은 먼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다름아닌 “인정”이었습니다. 과거의 나를 인정했더니 현재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를 하고 나니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여 한 인간의 태어남, 성장함, 마주함의 과정을 음악으로 솔직하게 그려낸 이번 앨범은 서사적이며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듯 하지만 7년간 함께 해 온 멤버들 장수현, 지박, 고종성과 연주해서 살롱 드 오수경만의 사운드를 완성시킨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첫 곡 [아침]은 생명의 탄생과 기쁨, 생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서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 넘치는 느낌을 생동감있는 스트링 사운드를 통해 표현한 곡 입니다.

두번째 곡 [영 피아노]는 초등학생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 이름입니다. 피아노와의 첫 만남, 그 생생했던 기억, 천사같았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날 반기던 특유의 가정적인 냄새, 이 모든 추억을 떠올리며 작곡한 짧은 피아노 연주곡 입니다.

이어지는 [정글북]은 팬티만 입고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지칠 줄 모르던 어린시절을 표현한 곡 입니다. 왜 어린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끊임없이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 곡에는 쉼표가 없습니다. 바흐 인벤션 구조를 띄는 인트로가 점차 스패니쉬한 사운드로 변화되면서 아프로큐반 리듬으로 진화되는 과정을 통해 악보에 그려진대로 연주하는 걸 따분해하던 어린이가 피아노 학원을 탈출해 놀이터(정글)를 뛰어놀며 모험을 즐기는 과정을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다음 트랙인 [울면서 달리기]는 늘 어딘가로 향해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아침 6시면 억지로 일어나 학교를 향해 울면서 달려야 했던 사춘기 시절을 표현한 곡 입니다. A part에서는 메이저코드, B part에서는 마이너코드만 사용해서 작곡하였는데 이를 통해 사춘기 시절 오락가락 하던 감정선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목적이 있는 표류상태를 뜻하는 [유목적 표류]는 3집 수록곡들 중 가장 서사적인 성격을 띤 곡입니다. 20대 때 작곡해 둔 도입부를 수년간 잊고 살다가 30대가 되어서야 뒷 부분을 작곡해서 하나로 합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20대 시절을 떠올려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던 기억들 뿐 입니다. 그 과정은 너무나 지루하고 외로웠지만 계속 노를 저으며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죠. 첼리스트 지박이 연주하는 도입부 멜로디에 그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서른이 되던 해, 살롱 드 오수경 1집이 발매되었고 꿈은 이루었지만 알 수 없는 허무함으로 인해 도망치듯 파리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5년간 파리에 머무르면서 내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치 바다 한 가운데서 표류된 것 같았고 멤버들 또한 각자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인생의 배가 난파하는 듯한 혼란의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굳건해졌습니다. 파리가 아무리 좋아도 김치없이 밥 먹는게 괴로웠고 “한”이라는 정서가 없는 프랑스인들과 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에 한계점을 느낀 저는 멤버들이 있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난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아리랑”을 통해 이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이 저지른 어떠한 행위로 말미암아 타인을 고통에 이르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죄를 짓는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 곡 입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낳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습니다. 타인에게 들이댔던 거짓과 죄악의 칼날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자기 자신을 찌르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하는 구조는 1집 뫼비우스와 사뭇 닮아있는 듯 합니다. 첼로, 바이올린, 베이스 순으로 연주되는 solo에서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목빠지도록 기다린다”라는 말이 있죠. [목이 긴 여자]는 긴-긴-기다림에 따른 절망을 노래한 곡 입니다.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기대감이 절망으로 바뀌고 절망은 원망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 원망의 화살은 결국 스스로에게 꽂히더군요. 타고난 기질을 저주하며 다른 사람이 되보려 억지노력 해봐도 타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었고 2분15초부터 외치는 피맺힌 절규를 통해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기림님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나비'는 순수하고 어리숙한 자아이며 ‘바다'는 가혹한 현실을 의미합니다. 성인이 되기 전 바라보았던 세상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드넓은 세계처럼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수심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발을 담구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차갑고 무서운 곳인지를…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차갑고 무서운 어른아이를 표현한 곡 입니다.

언젠간 찾아올 죽음의 문턱 앞에서 신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고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레미제라블]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인 싱클레어에게 절친 데미안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저희들에게 앨범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자아를 깨달아가는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삶 이라는 고독한 들판에 서서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듯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만들어낸 이 앨범이 당신에게 데미안처럼 의미있는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redits.

Produced by 살롱 드 오수경
Executive producer for Sound Nova 홍세존

All songs composed & arranged by 오수경
Piano 오수경
Violin 장수현
Cello 지박
Bass 고종성
Pandeiro Recto Luz (Track 3)

Recorded by 주대건, 이원우 at Sound Nova Studio
Mixed by 이경환 at Genuin Musik Lab
Mastered by 허정욱 at studio Girok

Photographed by 김하은
Model & Art directed by 이종화
Designed by 오수경, 안민지